작가 장 아메리가 지휘자 에르네스트 앙세르메의 말년에 대해 쓴 글이 있다.
앙세르메는 스트라빈스키의 여러 작품을 처음 무대에 올린 진보적인 지휘자였다. 하지만 말년에 새로운 음악을 접했을 때는 화를 내며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의 정신은 몸과 다르게 늙는다. 주름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서 쉽게 지나친다. 정신이 늙으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으려 한다. 답이 없는 질문도 더는 고민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을 만나 보면 정신의 나이는 몸의 나이와 꼭 같지 않다. 어리지만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짧은 성공 경험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고, 나이가 들어도 남의 말을 듣고, 자기 판단을 의심하고, 배우려는 사람이 있다.
주니어 디자이너로 일할 당시에 FE 팀장님이 계셨는데, 상대가 누구든 어떤 의견이든 늘 턱을 괴고 들으셨다. 돌아보면 내 말은 대부분 치기 어린 주장이었는데, 그분은 실행 여부와 상관없이 끝까지 들으셨다. 그리고 좋은 의견을 골라 실행하며, 듣는 것과 실행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셨다.
독일 문화원에서 만난 시설 관리인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60대였던 그는 일이 끝나면 매일 밤 성인반 수업에서 독일어를 공부했다. 피곤하지 않으시냐고 묻자, 배움을 멈추면 늙는다며 늘 소년처럼 살고 싶다고 하셨다. 배우는 속도는 느렸지만, 그의 태도는 모두에게 큰 영감이었다.
같은 음악만 계속 듣다가, 이것도 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새로운 인풋을 찾는다. 오늘은 힌디 음악과 차이나 팝을 들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