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출신 리서처 노엄 시걸(Noam Segal)과 Lenny's Newsletter가 25년부터 해 온 서베이가 있다. Tech Worker Sentiment Survey다. 테크 종사자들이 커리어와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서베이다. 1회차에는 약 8천 명, 이번에는 약 6천 명이 참여했다. 영미권 뉴스레터 구독자가 주 대상이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영향력 있는 테크 커뮤니티이고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서베이라 볼 만한 인사이트가 많았다.
25년은 'Burned out, but optimistic.'으로 요약됐고, 올해는 'A workforce splitting in two'다. 인상 깊었던 내용을 정리해 본다.
생산성이 올라가고, 일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기술이 발전하면 여유가 생기고, 늘어난 시간을 나에게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사 노동의 역설(Technology Paradox)이 맞았다. 세탁기가 나왔다고 가사 노동이 줄지 않았다. 테크 업계도 속도와 경쟁의 기준이 바뀌면서 일이 더 많아졌다. 서베이도 더 많은 프로토타입, 문서, 캠페인, 에이전트 때문에 번아웃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일의 의미가 아니라 양에 대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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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orkforce splitting in two
서베이는 업계가 둘로 나뉘었다고 한다. 우울하고 화가 난 사람들과, 다시 생기를 찾은 사람들. AI Blue는 주변만 봐도 이해되는데, 즐겁다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직함과 정체성, 기술의 한계에서 풀려난 사람들이었다. Full-stack, Generalist, Maker, Builder 등 부르는 이름은 다양하다. 대체로 인풋이 많고, 에너지와 호기심이 크며, 창업자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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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동요하는 사람들
먼저 PM과 세일즈 직군의 직무 만족도와 낙관성이 높게 나왔다. 세일즈 직군은 빠르게 사라지거나 대체될 거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B2B와 하드웨어 제품을 경험해 보니, 세일즈의 인적 네트워크와 노하우가 AI 시대에 큰 해자(Moat)가 된다는 데 동의하게 됐다. Generalist 성격이 강한 직군일수록 덜 흔들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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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너 불구경하는 사람들
Non-Tech 지형은 상대적으로 지각 변동이 덜했다. 내 생각에는 아직 대규모 해고가 없어서 피부로 와닿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Physical AI와 Robotics가 발전해 삶에 변화가 생기면, 그때 IT 업계가 먼저 겪은 아젠다가 공유되지 않을까 싶다. 점진적일지 급진적일지는 모르지만, 몇 년 안에 일어날 일인 것은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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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
생존 편향을 감안해야 하지만, 창업자와 작은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행복하다고 한다. AI로 작은 팀이 큰 일을 할 수 있게 된 지금, 작은 조직에서 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방향을 스스로 정하는 사람들이 지금 상황을 긍정적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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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사람들
리서처와 디자이너는 모든 면에서 좋지 않았다. 리서처와 데이터 분석가는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컸다. 디자이너는 Burnout varies by role 지표가 가장 높았다. 디자인은 판단 기준이 주관적이고, 대부분의 회사에 있는 전통적인 협업 구조 안에서는 AI를 쓰는 데 한계가 있다. Tech 직군만큼 AI의 덕을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기묘한 직군이다. 하지만 취향, 판단력, 디테일이 지금 가장 가치 있는 능력일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코멘트도 있었다. 그 점에서 시각 언어를 다루는 디자이너의 Vertical Skill이 빛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24년에는 대부분 'Losing job to AI'를 걱정했지만, 2026년에 마주한 문제는 'Unsustainable work balance'다.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라, 막연한 미래보다 당장의 번아웃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Covid 시기와 달리, Tech 업계의 누구도 자기 직업을 추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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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효과, 회사의 크기
하지만 앞의 모든 것보다 매니저가 유능한지가 직무 만족, 낙관성, 번아웃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회사, 사업 규모, 도메인, 보상, 직군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같았다. 어디가 중요한게 아니다. 누구와 함께 하는지가 전부였다.
또 조직이 클수록 번아웃과 만족도가 나빠졌다. 적당한 크기는 없었고, 커질수록 꾸준히 나빠졌다. 앞서 말한 일과 삶의 주도성과 이어지는 부분 같다. 사람은 커리어와 방향을 스스로 정할 때 행복하고, 주도권을 잃고 남이 내 하루를 정할 때 우울해지는 게 아닐까. 물론 송아지처럼 사육당하는 게 편한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 과한 업무, 과몰입을 주의하고, 일부러 산책을 나가자.
- 좋은 매니저, 조력자를 찾고, 관계를 유지하자.
- 보상을 조금 낮춰서 작은 회사나 창업을 고려해보자.
- Maker가 되면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